본문 바로가기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귀어

격한 환영

by 봉돌 2021. 6. 9.

집이 대충 정리된 것 같아 짐을 가지러 한 일주일 인천에 다녀왔다.

급한 마음으로 제일 먼저 확인해야 했던 것은 앵무새 카이큐의 생사.

사육장은 엉망이 되어있지만 일주일 동안 지들끼리 잘 버텨 주었다.

차 소리만 듣고도 빼엑 빼엑 반겨 준다.

 

다음으로 반겨 준 것은 말벌.

벌인가 싶은 것이 위잉거리길래 손을 휘저어 쫓 찾는데,

다음에 문열고 나왔을 때는 팔이고 귀고 목까지 따끔.

확인해 보니 현관문 바로 옆  창문 윗 모서리에 주먹만한 말벌들이 집을 짓고 있었던 것.

일주일 동안 이렇게 집을 지켜 주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나, 도저히 동거할 수 없는 존재들.

하는 수 없이 모기약을 치고, 집을 부수어 쫓아 내 버렸다.

상당히 미안!

워낙 병원에 가기 싫어한 터라, 계속 부어 오르는 통에 3일만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 왈, 죽을려고 환장했냐고...

 

다음에 나타 나 주신 것은 두꺼비.

밤에 뭐가 엉금 기어 다니길래 자세히 봤더니, 개구리 아닌 두꺼비.

헌집말고 새집 주려고 나타나신 귀하신 손님.

옛날 같았으면 잡아 말려서 피부에 그렇게 좋다는 기름을 짜내 어쩌내 했을 터이지만,

우리 집을 찾아 주신 귀하신 분이다.

 

두꺼비가 뱀을 잡으려고 왔는지, 뱀이 두꺼비를 잡으러 왔는지,

이번에는 능구렁이가 격한 환영을 해 주시러 나타나 주셨다.

예로부터 집을 지켜주는 영물로 여겨졌던 귀하신 몸이다.

물론 더 없는 뱀 술의 주인공이시기도 하지만...

그냥 둘까 하다가 뒷감당이 안되는 일이 벌어 질 것 같은 예감에 고이 보내드렸다.

 

ㅡㅇ

격하게 환영해 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

 

'귀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수레  (1) 2021.10.22
해치호  (0) 2021.10.21
산 넘어 산  (0) 2021.05.06
호구가 나타났다.  (1) 2021.05.06
귀인(貴人)  (0) 2021.05.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