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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귀어

무작정 귀어

by 봉돌 2021. 3. 28.

남쪽은  벌써 봄!

 

쥐뿔도 가진 것도 없는 것이 무턱대고 바닷가로 내려왔다.

짐이랄 것도 없이 옷가지 몇개 챙기면 되었고,

여행 다니려고  스타렉스 벤을 개조한 움직이는 집이 집이 있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정착할 때까지 숙식은 해결을 할 수 있으니.

 

내 승질을 알아서 다들 말리지는 못하고 걱정을 해 주었다.

아직 청춘인줄 아냐고, 이제 나이가 몇 개인데, 그 고생을 자처하냐고...

그러나 어쩌랴.

더 늦기 전에 이번 생에서 꼭 하고 싶은 걸.

 

 

무엇이 나를 이렇게 움직이는 것일까.

나는 왜 바다만 보면 가슴이 벌렁댈까.

왜 이렇게 용감해 지는 걸까.

태초에 인간이 물에서 나왔고, 그 본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수십만년 동안 지속되었던 수렵 채집의 DNA가 아직 덜 진화된 탓일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지만, 좋은 걸 어쩌란 말이냐.

바다 위를 떠도는 것이 좋고, 떠돌며 만나는 풍광이 좋고,

무수히 많은 바닷 속 생명체를 만나는 것이 좋은 것을.

 

할 일은 태산이다.

집도 알아 봐야 되고, 배도 사야되고, 어구도 장만해야 되는데, 가진 건 없고.

그럼 어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지 않으냐 말이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또 어때?

그것도 재미지지 않겠냐 말이다.

 

여러가지 제약은 있지만, 다행히 신청 했던 귀어 창업 지원에 선정되었다.

늙그막에 빚 갚느라 허덕 댈 일이 아니겠지만, 없는 것 보단 나으니.

 

바다,

넌 이제 내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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