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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시골 살이13

벌떡게 서해안 쪽에서는 박하지라고 부르는 돌게. 여기서는 벌떡게라고 부른다. 누가 건드릴라치면 벌떡 일어나 집게발을 치켜 세우는 모양을 보고 지어진 이름일 것인데, 딱 맞는 재미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평생을 바닷가에 산 사람들도 가끔씩 땡기는 맛이 틀림없어 보이는 것이 앞집 행님이 벌떡게가 잡히면 게장 담게 좀 가져다 달라한다. 가장 부드러워 보이는 연체 동물인 낙지와 문어의 미끼는 가장 딱딱한 갑각류인 '게'이다. 문어 통발에는 정어리 같은 강한 냄새를 풍기는 생선을 미끼로 쓰지만, 이 정어리를 먹으러 게가 들어오고, 이 게를 답아 먹기 위해 문어가 통발로 들어 오게 된다. 통발에 든 벌떡게는 문어 들라고 일부러 꺼내지 않았는데, 행님 부탁으로 스무여남마리 꺼내서 갖다 드렸다. 이틀 후에 행수님이 맛보라고.. 2022. 6. 29.
고양이와의 전쟁 모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나는 고양이만큼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솔직히 얘기하면 고양이를 매우 싫어 한다. 발정 났을 때 내는 애기 울부짖는 소리는 소름을 돋게하고 사람을 기겁을 하게 만든다. 남들은 길고양이라고 가엽게 표현하지만, 나는 항상 도둑 고양이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요즈음 이 노무 고양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밤을 새워가며 부화하는 과정을 지켜 보았던 이쁜 병아리들을 하나 둘씩 물고 갔고, 있는 정 없는 정 다든 앵무새를 물고 갔다. 마당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는데 하나 둘씩 더니 급기야 겁대가리도 없이 내가 보는 코 앞에서 물고 갔다. 그물로 촘촘히 울타리를 쳐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물까지 뚫고 들어가 병아리를 물고 갔다. 16마리 병아리가 4마리로 줄어 들었다.. 2022. 6. 28.
백봉 오골계 달걀(=닭알)을 몇 개를 사려고 해도 차를 타고 20분 걸려 삼천포로 나가야 한다. 귀찮은 것은 둘째치고 봄도 가까왔겠다, 이전부터 생각했던 닭을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키우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일용할 알도 낳아주고, 먹다 남은 음식을 처리해주고, 거름 중에 닭똥만한 거름도 없다. 병아리 사는 것도 일이라 직접 유정란을 구입해서 부화시키는걸루... 부화기도 만들어 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생명을 두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저렴한 중국산 부화기를 구입. 21일이 다 되어 부화를 시작했다. 줄탁동시라는 말도 있지만 굳이 파각을 도와 주지는 않았다. 그 결과 몇 마리는 힘에 부쳤는지 끝내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도와줄 걸 그랬다. 새로생긴 식구들. 이제 이 놈들은 어지간히 속들 썩일 것이고, 또.. 2022. 3. 7.
나를 위한 밥상 밥은 같이 먹어야 맛이 있다. 음식은 여럿이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음식을 준비할 때가 행복한 것은 같이 먹으면서 맛이 있네, 없네 하면서 웃음이 오갈 밥상을 상상하기 때문인다. 그러나 혼자 살기 때문에 오롯이 나를 위해 준비하는 밥상은 대충하기가 일쑤다. 그저 끼니를 떼우기 위해 누가 쫓아 오는 거도 아닌데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것이 다반사이다. 혼자 먹는 밥이 그렇다. 일본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영업사원 이노가시라는 이 식당 저 식당을 전전하면서 끼니를 떼운다. 그러나 그는 식당을 찾을 때부터 무엇을 먹을까 가슴 설레어 하고, 한 숟갈을 뜨면서도 오감을 동원하여 맛을 음미한다. 빼빼 마른 사람이 먹기도 참 많이 먹는다. 모름지기 혼밥은 이렇게 먹어야 하는 것이다. 추억의 양.. 2022. 1. 25.
참다래, 혹은 키위 고성은 참다래, 혹은 키위의 고장이다. 토양과 기후가 잘 맞는지 이곳 웬만한 농가는 거의 참다래를 키우고 있다. 앞집, 혼자된 김남숙 여사도 키위를 키운다. 요즈음 굴작업 다니느라 한창 바쁜데, 키위 따는데 일손 보태라고 한다. 배가 들어온 이후에 나도 자빠져서 느즈막이 밭에 갔더니, 돈될만 것들은 다 따냈고 자잘한 것만 남았다. 늦게라도 와준 것이 고마왔는지 포대들고 와서 다 따가라한다. 먹을만큼 땄고, 졸여서 잼을 만들 생각이다. 참다래는 암,수가 따로 있는 나무이다. 원래 그럴리가 없을텐데, 암꽃이 먼저 피고 암꽃이 질무렵에 수꽃이 핀다.(거꾸로 인가?) 가만 두면 암 수꽃이 수정할 기회가 없으므로 열매를 못 달 것이 분명한 비극적인 식물이 되어 있다. 키위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봄부터 .. 2021. 11. 7.
유방섬 피서 동네에서 보트로 5분 거리에 장구섬이라는 무인도가 있다. 장구처럼 생겼다고 장구섬, 말 안장처럼 생겼다고 안장섬, 여자 가슴처럼 생겼다고 유방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개의 야트막한 봉우리가 있고, 봉우리 가운데로 섬 앞뒤로 오갈 수 있는 무인도이다. 나는 물론 유방섬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만, 지도에는 안장섬으로 표기되어 있다. 똥개가 휴가차 내려 왔는데 너무 더워 꼼짝하지 않다가 안되겠다 싶어 유방섬으로 피서를 갔다. 딸과 함께 하는 오랜만의 보팅. 상족암에 가면 맞은 편에 주상절리가 있다고 안내판에 써있다. 부트 위 바로 코 앞에서 보는 주상절리는 제주의 것 못지 않았다. 아무런 접안 시설도 없는 무인도 유방섬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작은 보트의 장점. 느긋하게 물놀이 하나.. 2021.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