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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시골 살이

벌떡게

by 봉돌 2022. 6. 29.

서해안 쪽에서는 박하지라고 부르는 돌게.
여기서는 벌떡게라고 부른다.
누가 건드릴라치면 벌떡 일어나 집게발을 치켜 세우는 모양을 보고 지어진 이름일 것인데, 딱 맞는 재미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평생을 바닷가에 산 사람들도 가끔씩 땡기는 맛이 틀림없어 보이는 것이 앞집 행님이 벌떡게가 잡히면 게장 담게 좀 가져다 달라한다.
가장 부드러워 보이는 연체 동물인 낙지와 문어의 미끼는 가장 딱딱한 갑각류인 '게'이다.
문어 통발에는 정어리 같은 강한 냄새를 풍기는 생선을 미끼로 쓰지만, 이 정어리를 먹으러 게가 들어오고, 이 게를 답아 먹기 위해 문어가 통발로 들어 오게 된다.

통발에 든 벌떡게는 문어 들라고 일부러 꺼내지 않았는데,
행님 부탁으로 스무여남마리 꺼내서 갖다 드렸다.
이틀 후에 행수님이 맛보라고 담근 게장을 주었는데,
이건 뭐, 세상에 이런 게장이 없다.
게를 다 해 치우고 나서도 남은 장을 버리지 못하고 밥에 비며 먹기도 하고, 가지 무침에도 썼다.
비린 맛은 하나도 없고 짭쪼름한 것이 내가 먹어 본 게장 중에 으뜸이다.

세상 꼴보기 싫은 것이 귀농했네 어쨋네 하면서 팔아 달라고 민폐를 끼치는 것인데, 요 게장 만큼은 주변에 좀 팔아야 쓰것다.
그냥 썩히기에는 행수님 손맛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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