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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시골 살이

고양이와의 전쟁

by 봉돌 2022. 6. 28.

모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나는 고양이만큼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솔직히 얘기하면 고양이를 매우 싫어 한다.

발정 났을 때 내는 애기 울부짖는 소리는 소름을 돋게하고 사람을 기겁을 하게 만든다.

남들은 길고양이라고 가엽게 표현하지만, 나는 항상 도둑 고양이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요즈음 이 노무 고양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밤을 새워가며 부화하는 과정을 지켜 보았던 이쁜 병아리들을 하나 둘씩 물고 갔고, 있는 정 없는 정 다든 앵무새를 물고 갔다. 

마당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는데 하나 둘씩 더니 급기야 겁대가리도 없이 내가 보는 코 앞에서 물고 갔다.

그물로 촘촘히 울타리를 쳐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물까지 뚫고 들어가 병아리를 물고 갔다.

16마리 병아리가  4마리로 줄어 들었다.

고양이에 대한 나의 불타는 적개심은 활활 타올랐고, 급기야 전쟁을 선포하였다.

사랑하는 우리 병아리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서!

동네 사람들은 씩씩대고 있는 꼴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면서 한마디씩 한다.

그것도 모르고 닭을 키울려고 했냐부터 그러게 닭장을 그따위로 허술하게 맹글었냐 까지

위로는 커녕 부화만 돋우었다.

결국 나무 각재와 철망을 사서 마당 한 켠에 울타리를 다시 짰다.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와 담장 공간은 그물로 두르고 단단히 못 질을 했다.

한 숨돌렸나 했는데, 밖에서 날개를 퍼덕이면서 지르는 소리에 후다닥 나가 보면

어김없이 도둑 고양이가 얼쩡이고 있는 것이고,  내 고함 소리와 뛰어 가는 소리에

약 올리듯 힐끔 힐끔 쳐다보면서 아주 유유히 담장을 넘어 간다.

이노무 시키 두고 봐라!

벼르고 또 벼르고 있지만  패배는 언제나 나의 몫이다.

 

좌절하지 마라!

승리의 그날까지 전진 또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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