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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시골 살이

나를 위한 밥상

by 봉돌 2022. 1. 25.

밥은 같이 먹어야 맛이 있다.

음식은 여럿이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음식을 준비할 때가 행복한 것은 같이 먹으면서 맛이 있네, 없네 하면서 

웃음이 오갈 밥상을 상상하기 때문인다.

그러나 혼자 살기 때문에 오롯이 나를 위해 준비하는 밥상은 대충하기가 일쑤다.

그저 끼니를 떼우기 위해 누가 쫓아 오는 거도 아닌데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것이 다반사이다.

혼자 먹는 밥이 그렇다.

 

일본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영업사원 이노가시라는 이 식당 저 식당을 전전하면서

끼니를 떼운다.

그러나 그는 식당을 찾을 때부터 무엇을 먹을까 가슴 설레어 하고, 한 숟갈을 뜨면서도 오감을 동원하여 맛을 음미한다.

빼빼 마른 사람이 먹기도 참 많이 먹는다.

모름지기 혼밥은 이렇게 먹어야 하는 것이다.

 

추억의 양은 밥상을 샀다.

오로지 나를 위한 밥상.

이노가시라는 남이 차려준 밥상을 음미하지만, 나는 하나가 더 있다.

나를 위해 내가 음식을 준비하면서 내가 얼마나 맛있게 먹을지 상상하는...

 

한 끼를 즐기기 위해 온 자연이 어떻게 수고로왔는지, 

어떤이들의 땀이 배어 있는지 감사하며 준비하고,

거룩하게 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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