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미 닭의 날개 밑에서 쉬다가,
종종종 어미를 따라다니는 병아리를 본다.
부화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라, 어미가 낳은 알을 직접 품어서 부화한 병아리들이다.
얼마나 이쁜지..
품종은 청계란다.
닭알-달걀이 푸르스름한 빛을 띄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옆집 닭들은 거의 천국에서 살고 있다.
지렁이나 벌레를 잡아 먹으면서 온 산을 누비고 돌아다니다가가
때가 되어 구우구우 하고 부르면, 어디서 숨어 있었는지 모르게 여기저기서 마구 나타나 식사를 즐긴다.
주인도 자신이 몇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는지 모른다.
워낙 여기저기 돌아 다녀서 세어 볼 수도 없고, 굳이 셀 필요도 없기 때문인 듯하다.
그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유정란을 주워다 먹고, 가끔씩 한마리씩 잡아 고아 먹으면 그만이다.
닭은 일부다처제이다.
한마리의 수탉이 주변에 있는 모든 암탉들을 상대한다.
이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수탉들은 정말 피터지는 싸움을 한다.
두 시간이 넘도록 승부가 날 때까지 잔인한 싸움을 하고,
오직 승리한 한 마리의 수탉만이 모든 암탉을 소유한다.
싸움에서 진 수탉은 불쌍하게도 주변을 얼씬거리지도 못한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여 암탉을 탐하려고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대장 수탉한테 또 다시 수모를 당해야한다.
닭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보다 강한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진화해 왔다.
그러나 닭의 유전자는 이기적일 뿐 아니라 잔인하기까지 하다.
번식을 위해 매일 알을 낳아야 하는 비극적인 동물이 닭 말고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낳는 족족 사람들에게 알을 빼앗겨야 하는 슬픈 운명의 닭들은 매일 알을 낳는 것은 대안으로 삼았다.
그것이 비록 부화할 수 없는 무정란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모르겠다.
암탉이 부화를 위해 알을 품고 있을 때도 산란을 하는지까지는...
슬픈 운명의 암탉이 낳은 달걀.
그것도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유정란.
나를 위해 기꺼이 내어 준 이웃집 암탉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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