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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시골 살이13

잔인한 유전자 오랜만에 어미 닭의 날개 밑에서 쉬다가, 종종종 어미를 따라다니는 병아리를 본다. 부화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라, 어미가 낳은 알을 직접 품어서 부화한 병아리들이다. 얼마나 이쁜지.. 품종은 청계란다. 닭알-달걀이 푸르스름한 빛을 띄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옆집 닭들은 거의 천국에서 살고 있다. 지렁이나 벌레를 잡아 먹으면서 온 산을 누비고 돌아다니다가가 때가 되어 구우구우 하고 부르면, 어디서 숨어 있었는지 모르게 여기저기서 마구 나타나 식사를 즐긴다. 주인도 자신이 몇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는지 모른다. 워낙 여기저기 돌아 다녀서 세어 볼 수도 없고, 굳이 셀 필요도 없기 때문인 듯하다. 그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유정란을 주워다 먹고, 가끔씩 한마리씩 잡아 고아 먹으면 그만이다. 닭은.. 2021. 7. 4.
청각 냉채 요즘은 김장 김치 속에도 잘 찾아 볼 수 없는 청각. 말려서 시판은 되고 있는 모양인데, 바다에서 바로 딴 것을 먹어 보긴 나도 처음. 고성 와서 처음 보팅을 하다가 삼호 처람 나뭇가지 뻗듯이 자라나는 청각이 눈에 띄길래, 한 바구니 따서, 옆집에 드렸더니, 청각 냉채가 되어서 돌아왔다. 청각은 깨끗이 씻어서 데친 다음, 오이, 양파를 넣고, 멸치 액젓, 식초 같은 것으로 간을 맞춘 듯. 청각 특유의 존득하지도, 흐물흐물 하지도 않은 딱 그 만큼의 식감이 제대로 이다. 만들어 주신 솜씨 좋은 이웃집 아지매에게 감사! 2021. 6. 21.
집 구경 집 정리 끝! 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해도 해도 티가 안납니다. 그래도 얼추 비울 것은 비워진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채우는 일만... 집구경합니다. 들어 오는 길은 좁지만, 그래도 차 두대는 주차할 수 .있습니다. 바닷가 가까이에 너른 주차공간이 있어 차를 세워두고 올라와도 5분 거리. 마당은 비워두고 고기 굽고 하면서 놀아야죠. 옥상 올라 가는 계단. 옥상에 올라가면 동네가 다 보이고, 계단 바로 옆쪽으로는 창고와 화목보일러를 개조한 소각로가 있습니다. 날 잡아서 옥상 방수 공사를 해야겠죠. 거실입니다. 꽤 넓은데 휑하죠? 카페트를 깔고 작은 탁자를 놓을 생각입니다. 맞은 편이 주방인데, 이 벽을 허물면 거실 겸 주방으로 넓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인 것 같아 .. 2021. 6. 10.
보리수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가 아니라, 옆집 형님네 울타리에 서있는 보리수. 참 많이도 달렸다. 첫 맛은 시그럽고 끝 맛을 떫떠름란 빨간 열매 이 노무 개새끼는 지 집꺼 왜 따가냐고 내려 올 때까지 계속 짖어댄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많이도 땄다. 씻으려고 물에 담근 보리수. 속살이 참 곱다. 에게, 단지가 커서 그런지 절반도 안되네. 더 따야지 싶다. 욕심이란, 참. 효소로 담근 보리수. 씨앗은 좀처럼 삭지 않는다고. 머, 걸러 먹으면 되지. 2021. 5. 28.
요런 재미 다 좋은데 탓 밭이 없는게 좀 아쉬웠다. 대파나 상추, 부추나 가지 같은 걸 먹을 만큼 키우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굳은 결심. 시멘트로 덮힌 마당 일부를 까서 조금이라도 만들기로. 새벽같이 달려가 임대해 온, 노가다 용어로 뿌레카가 되었다가 말았다가. 망치까지 동원해야 했다. 흙을 퍼 와야했지만, 자른 나뭇가지와 화단에 쌓인 부엽토를 긁어 매웠다. 반가운 지렁이도 투입! 뿌듯! 몇개 만들어 놓은 로켓 스토브를 하나 가져 왔는데, 벽돌을 쌓아 화구를 만들까 하다가 걍 못쓰는 철근 줏어다 용접. 큰 솥만 아니라 작은 냄비도 올릴 수 있게 불판 추가 제작. 맹글어 놓고 보니, 가마솥이 필요한대? 솥뚜껑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면 말이야.. 지름신은 물렀거라. 2021. 5. 27.
제삿밥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우연찮게 젯밥을 맛있게 얻어 먹었다. 경상도 사람이지만 경상도 음식을 별로 쳐주지 않고 살았었는데, 오랜만에 경상도 음식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지난 밤에 지낸 제삿밥을 동메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데 처음 먹어 보는 음식도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비빔밥이었다. 안동에 헛 제사밥이란 것도 있지만 여기 비빔밥은 좀 특별하다. 고사리며 무나물은 물론 미역까지 넣어서 미리 비벼서 상에 나온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특이한 것은 밥 때문에 비비기가 힘들지 않다는 것인데, 아마도 탕국 국물을 둘러서 그런것이 틀림 없었다. 따로 차린 이 탕국이 별나다. 소고기랑 무를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두부를 썰어 .. 2021.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