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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귀어

호구가 나타났다.

by 봉돌 2021. 5. 6.

거주지 우선 원칙.

어촌에서는 배가 있어도 그 동네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댈 수가 없다.

따라서 귀어하면서 가장 먼저 알아 보아야 할 것이 집을 구하는 일이다.

남은 인생을 함께 할 집이라 처음에는 빈 집에 한 일년 월세를 살면서 천천히 구해 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빈집이 있어도 내어 주는 곳이 없었다.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배형까지 나서서 백방으로 인근 동네까지 알아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 고성 읍내까지 나가서 부동산이란 부동산은 싹 다 뒤졌고, 연락처를 남겨 두었다.

몇 시간쯤 지나 한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주소지를 찾아 가본 결과, 꽤 괞찮은 집이였다.

내 놓은 금액은 8천5백만원이었다.

따로 선택지가 없기도 했지만, 절충을 하면 8천2,3백만원에 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진행을 해보자고 기분 좋게 이야기하고, 한 시간쯤 지나서 다시 연락이 왔다.

9천5백만원이라고.

한 시간만에 천만원이 갑자기 오른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무슨 이런 경우도 있냐고 물었더니,

다른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물건인데, 본인도 황당하다고...

집을 구하느라 이미 진이 빠진 상태여서 얼결에 9천만원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다는 말이 입에서 나와 버렸다.

호구가 따로 없었다.

 

알아 보니, 서울에 살고 있는 이 집 소유자는 8천 500에 내 놓은 것이 사실이었고,

임자가  나타나자 이 곳 부동산 업자가 장난을 친 것이었다.

심지어 이 부동산 업자는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금을 넣은 다음, 다시 나에게 전매를 하려고 한 것이었다..

난 생처음 해보는 경험.

이 이야기가 알려지자 저 마다 한 마디씩 말을 거들었고,

누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는 작은 동네가 뒤집어졌다.

 

사연은 많았지만, 어찌어찌 계약은 성사되었다. 

그래서 얼마에 계약했냐고?

창피하니까 제발 물어 보지 마시라.

 

호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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