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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귀어

해치호

by 봉돌 2021. 10. 21.

정말로 우여곡절 끝에 배를 인수했습니다.
건조된지 4년.
복합,통발 어업허가, 2.8톤인데 시범사업으로 만들어져 4톤급 사이즈입니다.
엔진은 대동 330마력.
이제 미우나 고우나 나의 나머지 인생을 함께할 배입니다.

배이름 짓는데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내 아이디가 '봉돌'인데, 봉돌은 가라 앉힌다는 이미지 때문에 별로라는 의견이 많아서 새로 짓기로 했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 하는 호가 '간서치' 인데, 간서치는 실학자 이덕무의 호인데 '책 읽는 바보'라는 뜻입니다.
빈배라는 뜻을 가잔 '허주'도 참 좋은데,
고기 잡아 먹고 살아야하는데 배가 비어 있으면, 이거슨...

고민 끝에, 바다 해, 어리석을 치 자를 써서 '해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바다 바보라는 뜻입니다.
낚시할 '조' 자에 어린석을 '치'자를 써서 일본 드라마의 '낚시바보'도 생각해 보았지만, '조치'라고 하면 아무래도 놀리기 십상일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짓고 보니 괘안습니다.
액운을 물리친다는 광화문에 있는 해태의 다른 이름이 해치입니다.
영어로 해치는 알에서 깨어난다는 부화의 뜻을, 또 배에 있는 밀봉 창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것 저것 의미를 갖다 부치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 며칠, 조선소에 배를 올리고, 목욕을 시키고 새로 칠을 하였습니다.
배 이름은 제가 직접 썼습니다.
해치, 내 나머지 인생을 부탁해!

도크에 올려진 배.
이전 이름이 코난호 였습니다.


세척 후


도색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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