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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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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경 집 정리 끝! 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해도 해도 티가 안납니다. 그래도 얼추 비울 것은 비워진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채우는 일만... 집구경합니다. 들어 오는 길은 좁지만, 그래도 차 두대는 주차할 수 .있습니다. 바닷가 가까이에 너른 주차공간이 있어 차를 세워두고 올라와도 5분 거리. 마당은 비워두고 고기 굽고 하면서 놀아야죠. 옥상 올라 가는 계단. 옥상에 올라가면 동네가 다 보이고, 계단 바로 옆쪽으로는 창고와 화목보일러를 개조한 소각로가 있습니다. 날 잡아서 옥상 방수 공사를 해야겠죠. 거실입니다. 꽤 넓은데 휑하죠? 카페트를 깔고 작은 탁자를 놓을 생각입니다. 맞은 편이 주방인데, 이 벽을 허물면 거실 겸 주방으로 넓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건물을 지탱하는 내력벽인 것 같아 .. 2021. 6. 10.
격한 환영 집이 대충 정리된 것 같아 짐을 가지러 한 일주일 인천에 다녀왔다. 급한 마음으로 제일 먼저 확인해야 했던 것은 앵무새 카이큐의 생사. 사육장은 엉망이 되어있지만 일주일 동안 지들끼리 잘 버텨 주었다. 차 소리만 듣고도 빼엑 빼엑 반겨 준다. 다음으로 반겨 준 것은 말벌. 벌인가 싶은 것이 위잉거리길래 손을 휘저어 쫓 찾는데, 다음에 문열고 나왔을 때는 팔이고 귀고 목까지 따끔. 확인해 보니 현관문 바로 옆 창문 윗 모서리에 주먹만한 말벌들이 집을 짓고 있었던 것. 일주일 동안 이렇게 집을 지켜 주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나, 도저히 동거할 수 없는 존재들. 하는 수 없이 모기약을 치고, 집을 부수어 쫓아 내 버렸다. 상당히 미안! 워낙 병원에 가기 싫어한 터라, 계속 부어 오르는 통에 3일만에 병원에 갔더니.. 2021. 6. 9.
비우고 새롭게 채운다는 것 자랄대로 자라 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틈도없어 빽빽한 입사귀가 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은 향나무. 족히 수십 년은 풍상을 겪은 굵은 기둔 줄디 였을탠데 바닷가 거센바람에 나무가 통째로 휘청인다. 가혹하게 가지를 쳐 내었다. 남은 건 몇 개의 앙상한 가지와 드문드문 보이는 푸른 잎사귀들만 남았다. 이 나무는 이제, 살기 위해 몸서리 치며 가지마다 새로운 순을 틔울 것이고, 나는 필요한 순을 키워 가지로 만들고, 나머지는 다시 쳐내버릴 것이다. 비우고, 다시 채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2021. 5. 30.
보리수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가 아니라, 옆집 형님네 울타리에 서있는 보리수. 참 많이도 달렸다. 첫 맛은 시그럽고 끝 맛을 떫떠름란 빨간 열매 이 노무 개새끼는 지 집꺼 왜 따가냐고 내려 올 때까지 계속 짖어댄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많이도 땄다. 씻으려고 물에 담근 보리수. 속살이 참 곱다. 에게, 단지가 커서 그런지 절반도 안되네. 더 따야지 싶다. 욕심이란, 참. 효소로 담근 보리수. 씨앗은 좀처럼 삭지 않는다고. 머, 걸러 먹으면 되지. 2021. 5. 28.
요런 재미 다 좋은데 탓 밭이 없는게 좀 아쉬웠다. 대파나 상추, 부추나 가지 같은 걸 먹을 만큼 키우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굳은 결심. 시멘트로 덮힌 마당 일부를 까서 조금이라도 만들기로. 새벽같이 달려가 임대해 온, 노가다 용어로 뿌레카가 되었다가 말았다가. 망치까지 동원해야 했다. 흙을 퍼 와야했지만, 자른 나뭇가지와 화단에 쌓인 부엽토를 긁어 매웠다. 반가운 지렁이도 투입! 뿌듯! 몇개 만들어 놓은 로켓 스토브를 하나 가져 왔는데, 벽돌을 쌓아 화구를 만들까 하다가 걍 못쓰는 철근 줏어다 용접. 큰 솥만 아니라 작은 냄비도 올릴 수 있게 불판 추가 제작. 맹글어 놓고 보니, 가마솥이 필요한대? 솥뚜껑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면 말이야.. 지름신은 물렀거라. 2021. 5. 27.
사량도 느닺없이 자정을 넘겨 똥개가 찾아 왔다. 진주 버스터미널로 마중을 나가 집으로 왔다. 다음 날, 똥개가 온 김에 바로 코앞에 있는 상족암이랑 사량도 구경을 갔다. 지척에 두고서도 가보지 못했던 곳을 똥개 덕분에 다녀왔다. 상족암. 한 때 지구상에 번성했던 공룡의 발자국들과 수억년의 새월이 켜켜이 쌓인 지층.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어쩌면 인류도 한방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것도 자멸... 사량도. 많은 섬을 돌아 봤지만, 아찔한 아름다움이 있는 섬이다. 아랫 섬까지 일주도로를 타고, 옥녀봉에 올랐다. 앞도 뒤도, 왼쪽을 돌아 보아도, 오른 쪽을 돌아 보아도 바다고 섬이다. 시간이 되면 종주 코스를 꼭 한번 타고 싶다. 다만, 옥녀봉과 가마봉 사이에 놓여 있는 출렁다리 때문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케이블.. 2021. 5. 25.
제삿밥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우연찮게 젯밥을 맛있게 얻어 먹었다. 경상도 사람이지만 경상도 음식을 별로 쳐주지 않고 살았었는데, 오랜만에 경상도 음식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지난 밤에 지낸 제삿밥을 동메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데 처음 먹어 보는 음식도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비빔밥이었다. 안동에 헛 제사밥이란 것도 있지만 여기 비빔밥은 좀 특별하다. 고사리며 무나물은 물론 미역까지 넣어서 미리 비벼서 상에 나온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특이한 것은 밥 때문에 비비기가 힘들지 않다는 것인데, 아마도 탕국 국물을 둘러서 그런것이 틀림 없었다. 따로 차린 이 탕국이 별나다. 소고기랑 무를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두부를 썰어 .. 2021. 5. 23.
오래된 습성 나의 손은 눈보다 빨라서 무조건 반사를 한다. 답답하게 자란 향나무며 동백 가지를 치다가, 수도 꼭지가 부러져 나무를 박아 놓은 것이 보이면 그 길로 부속품을 사러 간다. 잠깐 커피 타러 왔다가 오래된 장농이 눈에 띄면 해체를 해서 쓸만한 합판을 창고에 두려고 갔다가, 지금은 쓰지 않는 화목보일러가 눈에 띄면, 이것 저것 손봐서 소각로로 개조한다. 승질은 여전히 급해서 눈에 띄는 일이 있으면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돌아 보면 일이고, 끝이 있는지 없는지 벌써 몇 일째 이러구 집에 매달려 있는지 모르겠다. 뭐지? 왜 아직까지도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 거지? 어쩌면 이렇게 몸을 재게 움직이게 만든 것은, 땀흘린 뒤의 미래를 상상하는 재미였을지도 모르겠다. 성취감에 대한 기대.. 2021. 5. 16.
젊게 사는 법 '자네가 이 동네에서 제일 젊어' 이 한마디에 차출 당해 새벽 이슬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철골만 남아 있는 비닐 하우스에 비닐을 치러 갔다. 몇 사람이 낑낑 대며 비닐을 끌어 당기며 씌우고, 비닐이 날아가지 않게 꾸불꾸불한 철사를 돌리고 돌리고... 젊게 사는 법, 어렵지 않아요. 나 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살면 된답니다. 2021. 5. 14.